서 양 미 술 자 료

[스크랩] 우리 그림 한국화 이야기4

bizmoll 2009. 2. 3. 17:14

주작도

남쪽을 지키는 수호신 붉은 봉황


 

 

주작도, 6-7세기 고구려, 평안남도 강서군 삼묘리 강서중묘

온몸에 붉은 빛을 띤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고구려 시대의 무덤인 강서대묘의 무덤 입구 남쪽을 지키고 있습니다. 마치 닭과 같은 생김새인데, 보다 신비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이 새를 주작(朱雀)이라고 합니다. 주작은 남쪽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그 모습은 역시 상상의 새인 봉황에 근거를 두고 있지요.

 

봉황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상상의 새이기 때문에 역시 여러 가지 동물들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봉황은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을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봉을 앞에서 보면 기러기 모양이고, 뒤에서 보면 기린과 같다고 합니다.

기린 역시 상상의 동물입니다. 옛사람들은 봉황ㆍ기린ㆍ거북ㆍ용을 ‘사령’이라고 했답니다.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이란 뜻이지요. 이 중에 기린은 풀을 함부로 밟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은 절대 먹지 않는다 했습니다.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이리의 이마, 말의 굽을 가졌는데 머리에는 살로 된 뿔이 있다 하지요.

 

봉의 목은 마치 뱀과 같이 길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닭보다 훨씬 긴 목을 갖고 있는 걸 알 수 있지요. 꼬리는 물고기와 같고, 이마는 황새를 닮았답니다. 원앙새의 깃, 제비의 턱, 닭의 부리를 가졌고요. 그뿐이 아닙니다. 몸에 난 무늬로 보면 용과 같고, 특히 등 부분은 생김새와 색깔이 호랑이와 비슷하답니다. 이렇게 해서 모두 열 가지 동물 모양을 합쳐 놓았지요.

 

이처럼 신비한 생김새를 한 봉황은 아무 때나 나타나지 않는답니다. 천하에 훌륭한 임금님이 출현해서 그야말로 세상이 태평할 때 그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직 봉황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봉황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말입니다. 봉황은 둥치가 푸른빛을 내는 벽오동나무에 깃들이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함부로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속담에 ‘봉은 굶주려도 좁쌀을 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조 있는 사람은 형편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구차하게 굴지 않고, 떳떳하게 행동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요. ‘닭이 천이면 봉이 한 마리 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닭이 ‘보통 사람’을 나타낸다면 봉은 ‘뛰어난 인물’을 나타내지요. 뛰어난 인물은 그만큼 귀하다는 말입니다.

 

조선 시대의 전설적인 인물 중에 봉이 김선달이 있습니다.

그 이름과 신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재치와 익살로 많은 이야기를 남긴 인물이지요.

이 김선달이 봉이라는 별호를 얻게 된 데에는 유래가 있습니다.

하루는 김선달이 장터에 나갔습니다. 이리저리 장을 둘러보며 구경하다 마침 닭을 파는 닭전 곁을 지날 때였습니다. 늠름하게 생긴 장닭 한 마리가 유난히 돋보였습니다.

‘어디 보자. 그 놈 참 잘생겼다.’

김선달은 장닭을 보자 탐이 났습니다. 다짜고짜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놈은 봉이 틀림없지요?”

닭 주인은 이상한 사람을 다 보겠다는 듯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선달은 약간 모자란 사람 모양으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거듭 봉이 맞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닭 주인은 별로 손해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마지못해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저 봉을 내게 파시오.”

김선달은 아주 비싼 값으로 그 닭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고을 원님께 달려갔습니다.

“나리, 제가 봉을 구해 왔습니다. 이걸 받으십시오.”

원님은 닭을 봉이라고 우기는 바보를 그냥 둘 리가 없었다. 정신 나간 소리한다고 볼기를 마구 치게 했습니다. 김선달은 얻어맞으며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억울합니다, 나리. 저는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입니다.”

원님은 닭 장수를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닭 값에 볼기 맞은 값까지 더하여 김선달에게 배상하도록 하였습니다. 닭을 봉이라 부르고 돈을 번 김선달은 이 때부터 ‘봉이’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백호도'

힘세고 용맹한 서쪽 수호신


 

 

6-7세기 고구려, 평안남도 강서군 우현리 강서대묘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용과 호랑이의 싸움이라는 뜻이지요.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겠습니까? 용은 상상의 동물이고, 호랑이는 실제의 동물이니 사실 서로 만나 싸울 일도 없지요.

용은 하늘의 제왕이고 호랑이는 땅의 제왕입니다. 사람들은 이 용맹스런 두 동물이 만나서 서로 겨룬다면, 아마 볼 만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힘이 강한 두 사람이 승부를 겨룰 때 흔히 사람들은, “과연 용호상박이군.”이라고 했지요.

 

만약에 누군가 용과 호랑이를 곁에 두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면,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문에 용(龍)과 호(虎)라는 글자를 써 붙였지요. 종이에 먹으로 써서 붙인 글씨지만, 마음 속으로는 실제 용과 호랑이가 대문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수문장 노릇을 톡톡히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답니다. 그러면 대문 앞에 들어서는 나쁜 병균이나 고약한 귀신 따위들이 깜짝 놀라 줄행랑을 놓을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집집마다 용과 호랑이를 한 마리씩 키우고 있었던 셈이니, 사람들은 아주 든든했을 겁니다. 그러면 마을은 누가 지켜 줍니까?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가 있습니다. 왼쪽은 청룡이, 오른쪽은 백호가 지켜 주었지요. 이것은 무엇입니까?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을 말하지요. 때에 따라서 어떤 산은 거대한 동물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산과 산이 이어져 산맥을 이루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 끊임없이 이어진 산맥을 보면 마치 용이나 호랑이가 막 달려가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마을의 왼편 산은 거대한 용이고, 오른편 산은 힘센 호랑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양쪽에서 마을을 휘감고 있으니, 참으로 뿌듯한 일이지요. 마을 사람들은 늘 이런 마음으로 산을 대하고, 마음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었답니다. 물론 용과 호랑이가 놀라지 않게 함부로 산을 훼손하지도 않았지요.

이렇게 용과 호랑이의 수호를 받고 살았던 사람들은 죽어서도 여전히 이들의 힘을 빌고 싶었습니다. 무덤 속의 용과 호랑이에는 바로 이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림의 백호는 역시 고구려의 옛 무덤인 강서대묘에 있습니다. 청룡의 맞은편인 서쪽 지역을 지켜 주고 있습니다. 부리부리한 두 눈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 입이 맹수의 왕인 호랑이의 위엄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갈색의 등에는 검은 줄무늬가 있고, 긴 꼬리는 물결 치며 하늘로 뻗었습니다. 가늘고 굽은 몸체와 가슴 주변의 화염 모양을 한 날개를 보면 마치 용과 비슷해 보입니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친근합니다. 단군 신화부터 등장한 호랑이는 옛 이야기의 단골 손님이기도 합니다.

고려 초기에 유효금(柳孝金)이란 사람이 황해도 구월산(九月山)에 놀러 갔다 길에서 커다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이제 여기서 꼼짝없이 죽고 마는구나.”

유효금은 이런 생각이 들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도망을 가려고 해도 발이 땅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호랑이는 입만 크게 벌리고 덤벼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호랑이는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호랑이의 입 안에 무언가 걸려 있었습니다.

유효금은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치지만 않는다면, 내가 뽑아 줄 수 있을 텐데!”

그러자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유효금은 가까이 다가가 입 속에 걸린 물건을 뽑았습니다. 그것은 하얀 은비녀였습니다. 호랑이는 아주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 날 밤 꿈에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낮에 보았던 그 호랑이가 틀림없었습니다. 이빨 사이에 은비녀가 끼어 눈물을 질질 흘리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늠름한 호랑이는 우렁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산신령이다. 어제 성당리(聖堂里)란 마을에서 한 부인을 잡아먹었는데, 너무 급히 먹다 보니 비녀가 이빨 사이에 끼어 버렸다. 이제 아무것도 먹지 못해 죽었구나 싶어서 슬피 울고 있는 차에 그대가 나를 구해 주었으니, 그 공을 잊을 수 없다. 공과 자손들에게 대대로 높은 벼슬을 내리겠다.”

이 말대로 유효금은 나중에 높은 벼슬을 지냈다고 합니다.

 

 

 

 

 

 

 강서대묘의 현무도

북쪽을 지켜 주는 신령스런 동물


 

 

현무도 고구려, 6~7세기, 평안남도 강서군 우현리 강서대묘

현무(玄武)는 무엇일까요? 북쪽을 지켜 주는 신령스런 동물입니다. 동쪽의 청룡이나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과 달리 두 가지 동물이 한데 엉킨 모습을 하고 있지요. 거북이와 뱀이 그들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역시 거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로부터 거북이는 북쪽을 지켜 주는 신비한 동물로 알려졌답니다. 거북이는 원래 머리나 다리가 짧지만 여기서는 아주 길게 표현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 있고 용감한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화가가 실제보다 과장해서 그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의 거북이와는 좀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다 신비한 모습을 상상하여 나타냈을 수도 있습니다.

 

거북이는 주로 물에서 사는데도, 이 그림에서는 마치 뭍짐승처럼 힘차게 네 다리를 뻗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안쪽이 깊이 패인 목을 쭉 빼고, 머리는 뒤를 향하고 있습니다. 목 뒤로 바짝 붙은 귀, 부리부리한 눈, 돼지처럼 뭉툭한 코가 인상적입니다. 벌린 입에서는 붉은 혀가 화염처럼 솟아 나와 있습니다. 역시 거북이다운 모습은 등딱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육각형의 무늬들이 가지런합니다.

 

거북이를 휘감고 있는 것은 아주 긴 뱀입니다. 거북과 뱀은 서로 마주 보며 으르렁거립니다. 뜨거운 기운이 무덤 속에 가득 찬 느낌입니다. 뱀은 마치 철사처럼 빳빳하게 힘을 주고 있습니다. 등과 배의 가늘고 굵은 비늘이 사실적입니다. 몸의 굵기나 뒤틀린 부분, 고리 모양으로 꼬인 부분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한편 전체적으로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거북이와 잡아당기는 뱀이 묘한 균형을 이룹니다. 뱀에 의해 나누어진 여러 개의 공간이 아주 적당해서 보기에 시원합니다. 누가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구려 화가의 뛰어난 실력을 알 수 있는 그림입니다.

 

우리의 역사 책인 ‘삼국사기’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고구려 유리왕 때, 모천이라는 내에서 검은 개구리와 붉은 개구리가 떼 지어 싸우다가 검은 개구리들이 죽었다. 이를 보고, 고구려 사람들은 검은색은 북쪽이니 곧 북부여가 망할 것이라고 여겼다.”

검은색의 거북이를 무덤 안의 북쪽에 그리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검은색 동물이 북쪽을 지켜 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거북이 또한 마치 용처럼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대개 거북이는 옛 이야기 속에 용궁의 사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북이와 비슷한 자라 또한 이런 거북이와 비슷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고려 시대에 권홍이라는 재상이 있었습니다. 그는 벼슬이 높고 나이도 많아 날마다 산천을 유람하며 여유 있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제 말씀을 좀 들어 보십시오.”

머리가 허연 노인이 엎드려 절을 하며 말을 이었습니다.

“권 재상께서는 홍 재상과 가까이 지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 재상이 우리 족속을 죄다 없애려 하니, 재상께서 부디 우리를 살려 주십시오.”

권 재상은 난데없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 한들 제게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노인은 권 재상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홍재상이 틀림없이 찾아와서 어디로 함께 가자고 할 것입니다. 그 때 재상께서는 다른 이유를 대고 사양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홍 재상은 그냥 돌아갈 것이니, 저를 살려 주는 셈이 되지요.”

권 재상은 무슨 소린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알았다 했습니다. 이 때 누군가 대문 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권 재상은 꿈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홍 재상 댁에서 사람을 보내, 오늘 자라 잡으러 함께 가자는 연락을 하였습니다. 권 재상은 비로소 꿈에 나타난 노인이 자라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보게. 고맙긴 하지만 오늘은 내가 몸이 안 좋으니 함께 가지 못 하겠다고 전하게.”

나중에 알아 보니, 이 날 홍 재상도 자라 잡으러 가는 일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자라나 거북이는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신비한 동물이었습니다.

 

 

 

 

 

 

 

 '청룡도'

힘찬 몸짓으로 재앙 막아 주는 동쪽 방위 신


 

 

청룡도, 6-7세기 고구려, 평안남도 강서군 우현리 강서대묘

용은 상상의 동물입니다. 마음대로 하늘을 날 수 있고,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변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용처럼 마음대로 날고, 재주를 부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대리 만족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용은 아홉 숫자를 좋아합니다. 아홉 가지 모양을 합쳐 놓은 것이 그렇습니다. 사슴의 뿔, 낙타의 머리, 귀신의 눈, 뱀의 이마, 소의 귀, 푸른 물고기의 비늘, 대합의 배, 호랑이의 발, 매의 발톱을 지녔습니다. 용은 또한 아홉과 아홉을 곱한 숫자인 여든하나의 비늘을 지니고, 아홉 명의 아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말도 있습니다.

 

북한 지역인 평안남도 강서군 우현리에는 고구려의 옛 무덤인 강서대묘가 있습니다. 이 무덤 안에는 관이 있었던 큰 방이 있는데, 이 방의 네 벽에 사방을 지키는 동물이 그려져 있습니다.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가 그것입니다. 청룡은 푸른빛이 나는 용이고 백호는 흰 호랑이입니다. 주작은 닭 모양의 상상의 새인 봉황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현무는 거북을 감은 뱀의 모양입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청룡은 길다란 몸으로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붉은 화염이 입과 몸에 휩싸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용이 나쁜 것을 물리치고, 좋은 일을 불러 오며, 재앙으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 주는 것으로 믿어 왔습니다. 여러 동물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무기를 다 갖추고 있으니, 어떤 사악한 것도 간단히 물리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날며 구름과 비를 불러 올 수 있고, 굼벵이처럼 아주 작은 몸집으로 변신하거나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을 부풀려 하늘을 죄다 뒤덮을 수도 있습니다. 용이 이처럼 요술을 부릴 수 있는 힘은 혀끝에 놓인 구슬인 여의주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여의주를 얻지 못 하면 한낱 이무기로 남아 사람들에게 심술이나 부리게 되지요.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라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그가 강릉 지방의 으뜸 벼슬인 태수로 부임하면서 바닷가 절벽가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때 그의 부인인 수로(水路)가 절벽 끝에 활짝 핀 철쭉꽃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저 꽃을 꺾어 올 사람 있어요?”

그러나 함께 간 사람 중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때 마침 암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며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아무도 노인이 어디서 온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이로부터 이틀 후, 태수 일행은 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해룡이 나타나 수로 부인을 바닷속으로 데려가 버렸습니다. 태수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땅에 엎어져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자 또 한 노인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는 쇠도 녹일 수 있으니, 바닷속의 용이라도 사람 말은 두려워하지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노래를 지어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두드리면 부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순정공은 노인의 말대로 하였습니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 부인을 내놓아라.
남의 아내 빼앗아 간 죄 얼마나 큰가.
네가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 내어 구워 먹으리.

 

이 노래를 들은 바다의 용은 마침내 수로 부인을 물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수로 부인의 옷에서는 신비한 향기가 났습니다. 수로 부인은 꿈같은 용궁 세상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박영대 광주교육대학교 교수·화가

출처: 소년한국일보 http://kids.hankooki.com/edu/culture_symbol.htm

출처 : 산그늘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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