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 <鄭澈>
蕭蕭落葉聲 錯認爲疎雨
呼僧出門看 月掛溪南樹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 잎소리
성글은 빗소리로 착각하고서
아이 불러 문밖에 나가 보랬더니
달이 시냇가 나뭇가지 남녘에 걸렸다 하네…
蕭蕭(소소) [의성] 새가 울거나 바람이 불 때 나는 소리. 蕭 쓸쓸할 소.
疎雨 가랑비. 掛 걸 괘.
微雲過河漢疎雨滴梧桐
옅은 구름은 은하수(銀河水)를 지나고, 가랑비는 오동나무를 적시도다. -추구-
[감상]
중과의 대화형식으로 쓰여진 이 시는 송대(宋代)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추성부(秋聲賦)>의 표현방식을 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秋聲賦>의 첫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구양자(歐陽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 놀라 귀기울여 들으며 말했다.
“이상하구나!” 처음에는 바스락바스락 낙엽 지고 쓸쓸한 바람 부는 소리 더니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일고 파도치는 소리같이 변하였다.
마치 파도가 밤중에 갑자기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물건에 부딪쳐 쨍그렁 쨍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것 같고,
또 마치 적진으로 나가는 군대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듯 호령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듯 했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네 좀 나가 보아라”
동자가 말하였다.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는 인적이 없으니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가을밤에 들려오는 소슬한 낙엽 소리 등을 듣고 일어나는 감회를 동자와의 대화형식을
빌어 쓴 것으로 자연의 추이(推移)와 인생의 덧없음을 탄식한 작품이다.
송강(松江)의 <산사야음(山寺夜吟)>은 비록<秋聲賦>의 표현방식 중 일부를 빌어 쓴 작품이기는
하지만, 위에 나타난바와 같이<秋聲賦>에서 나타난바,
가을밤의 서정에 대한 세밀하고 구체적인 묘사나,
무겁게 표현된 가을의 처량한 분위기 등은 나타나 있지 않다.
오언절구(五言絶句)라는 짤막한 형식을 통하여, 오로지 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대한 청각적 묘사를
통하여 가을밤의 정취와 자신의 초탈한 내면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하는 정민 선생의 글]
가을밤에 시인이 산사(山寺)로 놀러와 하루 밤을 묵게 되었다.
좀체 잠은 오질 않고 정신은 점점 더 또랑또랑해져만 간다.
창밖에서 갑자기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좀 전까지 하늘이 맑더니 웬 비가 오는 걸까?
손님은 절의 꼬마 스님을 부른다.
"밖에 비가 오나 봐라."
스님이 대답한다.
"저기 시내 남쪽에 달님이 걸려 있는데요. 손님."
비는 무슨 비냐는 말씀이다.
손님은 비가 오느냐고 물었는데, 스님은 달이 걸렸다고 대답했다.
달이 걸렸으니 비가 올리는 없고, 그렇다면 좀 전에 내가 들었던 소리는 무슨 소리였을까?
그제서야 좀 전 방안에서 들었던 그 소리가 빗소리가 아니라 낙엽 지는 소리였음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처음에 시인은 비 오는 소리로만 알았는데, 사미 스님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것이 낙엽 소리였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손님의 물음에 뚱딴지같은 스님의 대답이 재미있다.
스님이 만약, "비 안와요. 낙엽 지는 소리예요. 손님!" 하고 대답했다면 이것은 시가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직접 말하지 않고, 사물이 대신 말하게 하는 것, 이것이 한시에서 말을 건네는 방법이다.
비가 안 온다는 사실을 입에 담지 않고, 달이 떴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리고 시인은 그 말을 듣고서, 달이 떴다면 빗소리는 아닐테고, 그렇다면 낙엽 지는 소리였구나 하고
깨달았지만, 그런 중간 과정은 다 말하지 않은 채 생략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다 알아듣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방법이다
* 鄭澈
정철(1536~1593) 조선(朝鮮)의 정치가(政治家), 문신(文臣), 시인(詩人).
호는 송강(松江) 시호(諡號)는 文淸(문청)
그는 정치가로서보다는 시인으로서 문명을 떨쳤으니 당대 歌辭文學(가사 문학)의 대가로서
時調(시조)의 尹善道(윤선도)와 더불어 한국 詩歌史上(시가 사상) 쌍벽을 이룬다.
思美人曲(사미인곡), 續美人曲(속미인곡), 星山別曲(성산별곡) 등 수많은 가사와 단가를 지었다.
저서(著書)에 [松江集(송강집)], [松江歌辭(송강가사)], [松江別追錄遺詞(송강별추록유사)] 등이 있다.
蕭蕭落葉聲(소소락엽성)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
스님 더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하니
개울 남쪽 나무에 달만 밝다 하네.
....
구양수의 추성부(秋聲賦)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異哉!"
구양자방야독서, 문유성자서남래자, 송연이청지, 왈 : "이재"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如波濤夜警, 風雨驟至.
초석력이소삽, 홀분등이팽배. 여파도야경, 풍우취지.
其觸於物也,鏦鏦錚錚, 金鐵皆鳴;
기촉어물야,총총쟁쟁, 금철개명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우여부적지병, 함매질주, 불문호령, 단문인마지행성.
予謂童子:"此何聲也?汝出視之." 童子曰:"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여위동자: "차하성야? 여출시지." 동자왈 : 성월교결, 명하재천, 사무인성, 성재수간."
予曰:"噫嘻悲哉!此秋聲也, 胡爲而來哉?蓋夫秋之爲狀也;其色慘淡, 煙霏雲斂;
여왈:"희희비재. 차추성야, 호위이래재. 개부추지위상야, 기색참담, 연비운염;
其容淸明, 天高日晶;其氣慄冽, 砭人肌骨;其意蕭條, 山川寂寥.
기용청명, 천고일정. 기가율렬, 폄인기골. 기의소조, 산천적요.
故其爲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草綠縟而爭茂, 佳木蔥籠而可悅;
고기위성야, 처처절절. 호호분발. 초록욕이쟁무, 가목총롱이가설;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其所以摧敗零落者, 乃其一氣之餘烈.
초불지이색변, 목조지이엽탈;기소이최패영낙자, 내기일기지여열.
夫秋, 刑官也, 於時爲陰;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부추, 형관야, 어시위음. 우병상야, 어행위금, 시위천지지의기, 상이숙살이위심.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商聲, 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천지어물, 춘생추실. 고기재낙야상성, 주서방지음, 이칙위칠월지율.
商, 傷也;物旣老而悲傷. 夷, 戮也;物過盛而當殺.
상, 상야;물기노이비상. 이, 육야;물과성이당살.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차호, 초목무정, 유시표령. 인위동물, 유물지령.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於中, 必搖其精.
백우감기심, 만사노기형. 유동어중, 필요기정.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
이황사기력지소불급, 우기지지소불능;
宜其渥然丹者爲槁木,黟然黑者爲星星.
의기악연단자위고목,이연흑자위성성.
奈何以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 ?
나하이비금석지질, 욕여초목이쟁영 ?
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염수위지장적, 역하한호추성!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余之歎息.
동자막대, 수두이수. 단문사벽충성즉즉, 여조여지탄식.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동자가 말했다.
대저 가을이란 형관(刑官)이니, 때로는 음(陰)이 된다. 또 전쟁의 형상이니, 오행으로는 금(金)이 된다.
`상(商)`이란 `상심(傷心)`이니, 만물이 이미 노쇠하매 슬퍼 상심함이며,
아아! 초목은 정이 없이 때로 나부껴 떨어진다.
어이하여 금석의 자질도 아니면서 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려 하는가?
동자는 대답 않고 고개를 떨구고 잠을 잔다.
'동 양 미 술 자 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怨情 ( 美人卷珠簾. 新人如花雖可寵 ) 李白 (0) | 2013.11.11 |
---|---|
[스크랩] 고교한시 모음 (0) | 2013.11.11 |
[스크랩] 井中月. 折花行 / 李奎報 (0) | 2013.11.11 |
[스크랩] 題高峰郡上亭 / 최경창(崔慶昌) (0) | 2013.11.11 |
[스크랩] 황조가(黃鳥歌) (0) | 2013.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