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대(明代) 서화가 당인(唐寅)의 <추산방우도(秋山訪友圖)>
滿目風塵覓舊游 만목풍진멱구유
山深徑曲不勝幽 산심경곡부승유
相逢欲話當年事 상봉욕화당년사
正是蕭蕭万木秋 정시소소만목추
사방 가득 티끌세상 옛 벗 찾아 떠도는데
산은 깊고 길은 구부러져 그윽하기 그지없네
서로 만나 그 해의 일 얘기 나누려도
뭇 나무들 벌써 스산한 가을 옷 입었네
滿目 눈에 가득 차 보임. 눈에 보이는 데까지의 한계(限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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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日赴闕題潼關驛樓 (가을에 동관을 지나면서) / 許 渾 허 혼
추일부궐제동관역루
紅葉晩蕭蕭 붉게 물든 나뭇잎, 가을 저녁은 쓸쓸한데
홍엽만소소
長亭酒一瓢 정자에 앉자 홀로 술 한 잔 마신다.
장정주일표
殘雲歸太華 남은 구름은 화산(太華)으로 돌아가고
잔운귀태화
疎雨過中條 성긴 빗방울은 중조산을 지나간다.
소우과중조
樹色隨關逈 나무의 푸른빛은 동관을 따라 멀리 이어지고
수색수관형
河聲入海遙 황하의 물소리는 아득히 바다로 들어간다.
하성입해요
帝鄕明日到 장안(帝鄕)은 내일이면 닿는데
제향명일도
猶自夢漁樵 오히려 스스로 어부나 나무꾼이 되기를 꿈꾼다.
유자몽어초
瓢 바가지 표. ㉠바가지 ㉡표주박 ㉢박 ㉣구기(자루가 달린 술 따위를 푸는 용기)
一簞食一瓢飮 일단사일표음. 한주먹 도시락 밥과 표주박 한 바가지 물이란 뜻으로, ①변변치 못한 음식(飮食) ②매우 가난한 살림을 의미(意味)함. 논어(論語)
逈 멀 형.㉠멀다 ㉡판이하다 ㉢아주 다르다 ㉣뛰어나다 ㉤빛나다 ㉥아주 ㉦대단히 ㉧홀로 ㉨성(姓)의 하나
漁樵 어초.물고기를 잡는 일과 땔나무를 하는 일.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地名 :
潼關 동관(낙양에서 장안으로 들어가는 요지, 지금의 섬서성 동관현의 동남쪽에 있음),
太華 태화(西嶽서악 華山화산을 말함),
中條 중조(雷首山뇌수산의 다른 이름으로 지금의 섬서성 永濟縣영제현 동남쪽에 있음)
帝鄕 제향(황제가 있는 곳으로 장안을 가리킴),
* 許渾허혼(791∼854?)은 만당(836∼906)의 시인으로 자는 用晦용회 또는 仲晦중회이며 潤州윤주(강소성) 丹陽단양사람이다. 832년 진사에 급제, 여러 벼슬을 거쳐 목주(穆州)·영주(郢州)자사를 역임했다. 자연을 좋아하였고 율체시에 뛰어났다고 하며, 시집으로 丁卯集정묘집 2권이 전해지고 있다.
어부와 나무꾼을 꿈꾸면서
이 詩시는 허혼이 장안으로 가는 나그네 길의 풍경을 읊은 것인데, 潼關동관의 산천 형세가 웅혼하게 그려져 있고, 名利명리추구보다는 어부와 나무꾼을 꿈꾼다는 소박한 소원이 들어있다.
제1·2구 구절은 가을날 집을 떠나 나그네가 되어 여행길에 오른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장안으로 가는 길에 단풍은 이미 붉게 물들었고, 해조차 저문 늦은 가을날 저녁, 홀로 정자에 올라 근심을 풀기위해 술 한 잔 마시고 있다고 하였다.
제3∼6구절은 동관의 경치와 산천의 형세를 그렸다. 화산의 구름과 중조산을 지나는 빗줄기에 이어 숲과 강을 묘사했다. 눈으로는 동관을 따라 끝없이 전개되는 푸르디푸른 나무를 보는 듯하고, 귀로는 도도하게 흐르는 황하에서 울려 퍼지는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마지막 구절에서 내일이면 장안에 가지만 자신은 명리를 멀리하고 소박하게 고기잡이나 나무꾼을 꿈꾼다고 끝맺음을 하였다. 실제로 허혼은 晩年만년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하였다고 하니, 소원을 이루었다고 하겠다.
江樓書懷 강가의 누각에서 느낌을 적다/ 趙 嘏 조 하
강루서회
獨上江樓思渺然 홀로 강가 누각에 오르니 생각은 끝없이 펼쳐지고
독상강루사묘연
月光如水水連天 달빛은 맑아 물과 같고, 강물은 하늘에 이어져 있다.
월광여수수연천
同來玩月人何處 함께 와서 달 보던 그대 어느 곳에 있는고?
동래완월인하처
風景依稀似去年 풍경은 어렴풋하여 지난해와 같구나!
풍경의희사거년
渺 아득할 묘. ㉠아득하다 ㉡(물이)끝없이 넓다 ㉢작다, 아주 작다 ㉣멀다 ㉤어렴풋하다 ㉥물이 끝없이 이어진 모양
渺然 ①아득히 멂 ②멀리 넓고 아득함
依 ㉠의지하다(依支--), 기대다 ㉡전과 같다 ㉢좇다 ㉣따르다, 순종하다(順從--) ㉤동의하다(同意--), 허락하다(許諾--), 용서하다(容恕--) ㉥우거지다 ㉦돕다 ㉧믿다 ㉨비기다, 견주다 ㉩비유하다(比喩ㆍ譬喩
稀 ㉠드물다 ㉡드문드문하다 ㉢성기다(물건의 사이가 뜨다) ㉣희소하다 ㉤적다 ㉥묽다 ㉦묽은 것 ㉧묽게 된 것 ㉨멀건 것 ㉩극히 ㉪매우 ㉫아주
處暑(8.23)가 지나자 이제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조석으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이때가 달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 한다.
송나라 소식(동파, 1036∼1101)이 적벽강에 배를 뛰어놓고 적벽대전을 회고하면서赤壁賦적벽부를 지을 때가 바로 음력 7.16일이다. 보름이 지난 16일 달을 旣望기망이라 하는데, 이날이 달구경하기가 좋은 날이라고 한다. 우리도 서늘한 가을저녁 바람을 맞으며 높은 곳에 올라 달구경 한번 하는 것도 좋으리라.
시인 조하가 가버린 님이 그리워 홀로 江樓강루에 올랐다.
이 詩는 시인이 강가 누각에 올라 지금은 떠나 버리고 없는 사람, 어쩌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追慕추모하면서 쓴 것이다.
어느 날 달빛이 유난히 밝은 밤에 아무도 동반하는 사람 없이 혼자 강가의 누각에 올랐다. 작년에만 해도 함께 올랐던 이 누각을 금년에는 혼자 오르게 되니 쓸쓸한 가운데 온갖 생각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침 달빛조차 밝아 흐르는 강물처럼 맑다. 강물은 끝없이 흘러가는데 강물 따라 시선이 미치는 저 멀리까지 따라가니 하늘까지 이어져 있는 것 같다.
지난해 그대와 함께 이 누각에 올라 이 달을 함께 즐기던 그 사람은 어디 갔는가? 하면서 깊은 회고에 잠겨져있다.
그러나 지난해 올랐던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 경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그대는 보이지 않고 쓸쓸히 혼자 누각에 올랐으니 웬일인지 가슴만 더욱 메여오는 것 같다.
멀리 떠난 친구를 그리워하고, 이별한 애인을 追慕추모하는 느낌이 행간에 가득 나타나 있다. 친구야, 친구야! 그대여, 그대여! 아무리 목메어 불러보아도 산산이 부서진 이름인가? 저 멀리 메아리 되어 되돌아오는 잊어진 이름인가?
趙嘏조하(생몰년 미상)는 만당(晩唐,836∼906)의 시인으로 자는 承祐승우, 山陽산양(지금의 강소성)사람이다. 844년에 진사에 급제하였으나 산양으로 돌아갔다가 大中대중(宣宗선종)연간에 渭南尉위남위를 지냈다. ‘渭南集’위남집 3권이 전해진다.
고운 님 보고픈 생각이 나면
황룡사 문 앞으로 달아 오소서.
빙설 같은 얼굴이야 비록 못 봐도
방불한 그 목소린 여태 들려요.
情人相見意如存 須到黃龍佛寺門
氷雪容顔雖未覩 聲音仿佛尙能聞
-민사평(閔思平, 1295-1359), 〈소악부(小樂府)〉
須 ㉠모름지기 ㉡틀림없이 ㉢결국 ㉣마침내 ㉤드디어 ㉥반드시 ㉦잠깐 ㉧본래 ㉨원래 ㉩수염 ㉪마땅히 ~해야 한다 ㉫반드시 ~하여야 한다 ㉬필요하다 ㉭기다리다
仿 본뜰 방.㉠본뜨다㉡모방하다(模倣ㆍ摸倣ㆍ摹倣--)㉢견주다㉣비슷하다
고려 때 민간에서 불려지던 노래를 한시로 옮긴 것이다. 고려 말 경주의 황룡사는 폐허가 되었을텐데, 그 절집의 문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었을까. 읽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 온다.
살다 보면 문득 가버린 님이 생각날 때가 있겠지.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말도 못하게 그리운 날이 있겠지. 그대! 살다가 그런 날 만나게 되거든 아무 말 말고 황룡사 문 앞으로 찾아오소서. 빙설처럼 고운 그 모습이야 보이지 않겠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앞에 서면 그 님의 그 목소리가 지금도 소곤소곤 들려옵니다.
따뜻한 봄 햇살에 종다리들 하늘 꼭대기까지 조잘대며 올라가고, 우리 사랑했던 아름답던 시간들 주춧돌 위에 여태도 남아 반짝입니다.
무지개로 걸리던 빛나던 맹세는 어디로 갔을까? 사랑했던 그 사람은 어디에 숨었나? 잊었던 그 사랑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날이면, 맺지 못한 꿈이 안타까운 날이면, 나는 기둥만 남은 황룡사 일주문 앞에 와서 눈감고 그 기둥에 기대곤 한다.
이 시를 읽으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어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김소월(金素月, 1902-1934), 〈님의 노래〉
사랑의 마음에는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
최자(崔滋, 1188-1260)의 《보한집(補閑集)》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황룡사(皇龍寺) 우화문(雨花門)은 옛 신선의 무리가 창건했다. 풍물이 황량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애상에
빠지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학사 호종단(胡宗旦)이 나라 일을 보러 갔는데 그 문을 지나다가 기둥에 진사
최홍빈이 남긴 시를 보았다. 호종단은 깜짝 놀라 “참으로 보기 드문 재주다.”라고 했다.
돌아가 보고할 때 임금께서 경주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다. 마침내 이 시를 아뢰자 놀랍게 생각했다.
황룡사의 문 이름은 우화문이었다. 그 문 기둥에 써있었다던 최홍빈이 지었다는 시는 다음과 같다.
고목엔 삭풍 울고
잔 물결에 일렁이는 석양빛.
서성이며 옛날 생각
나도 몰래 눈물로 젖은 옷깃.
古樹鳴朔吹 微波漾殘暉
徘徊想前事 不覺淚霑衣
-최홍빈(고려 중기), 〈서황룡사우화문(書皇龍寺雨花門)〉
漾 출렁거릴 양.㉠출렁거리다 ㉡출렁대다 ㉢넘쳐흐르다 ㉣넘치다 ㉤길다(물이 길게 흐름) ㉥뜨다 ㉦토하다 ㉧흔들어 던지다 ㉨물 이름
霑 젖을 점. ㉠젖다 ㉡적시다 ㉢은혜를 입다 ㉣(은혜가)두루 미치다
어쩐 일인지 《동문선》에는 〈서성룡사양화문(書星龍寺兩花門)〉이라고 엉뚱하게 실려 있다. 황룡사는 1238년 몽고 침입으로 전부 불탔다. 최홍빈은 그 보다 훨씬 앞 시기 사람이었으므로, 비록 여러 번 불탔지만 그가 본 황룡사는 그래도 예전의 모습을 일부 간직하고 있었으리라.
황룡사 우화문 앞에 섰다. 우화문! 우담발화 꽃잎이 비처럼 내리는 문. 지금도 마당을 돌다 눈을 감으면 난데없이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불타버린 구층목탑 땅에서 불쑥 솟아, 스님네의 독경 소리 낭낭하게 울려 퍼질 것만 같다. 감았던 눈을 뜨면, 옛 나무 등걸 사이로 울며 가는 칼바람 소리. 그 바람이 던진 연못 위 잔물결에 기우는 석양빛이 파르르 떤다. 말씀이 꽃비가 되어 내리던 그날은 다 어디로 갔나. 황룡이 금빛 갈기를 세우며 무궁세에 지켜주마 다짐하던 그 언약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로 숨어 버렸나. 지난 날의 영화를 뒤로 묻고 퇴락한 옛 절에서 삭풍 맞으며 서성이던 나그네의 옷깃이 젖는다.
높이 솟아 반짝이던 황금빛 기와는 이제 빈터로만 남았다. 소중한 사랑의 기억도 잡초 속에 뒹군다. 그렇다고 그 사랑을 어이 덧없다 하랴. 아니 만남만 못했다 하랴. 우연히 남은 두 수의 시로 나는 황룡사 우화문 앞에 다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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