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양 미 술 자 료

[스크랩] Apollo and Daphne,1625

bizmoll 2009. 2. 9. 08:33

아폴로와 다프네
1625
Oil on canvas, 97 x 131 cm
Alte Pinakothek, Munich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의 초기작에 속하는 이 그림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아폴로의 첫사랑 이야기이다.아폴로의 모욕을 받은 큐피트는 아폴로에게는 사랑의 화살을, 다프네에게는 사랑을 거부하는 화살을 쏘게 된다. 결국 첫눈에 사랑의 열병에 빠진 아폴로의 구애를 피하려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폴로와 다프네를 그린 다른 작품들처럼 이 그림도 다프네가 아폴로의 손길을 피해 월계수가 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이 주로 아폴로와 다프네를 그리고 있는 반면에 이 그림에서는 이야기의 모든 주인공들이 가장 극적인 순간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 한 편의 연극 장면처럼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림 오른쪽에는 그토록 원하던 다프네를 따라잡는 순간 월계수로 변해가는 그녀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아폴로와 월계수로 변해가는 다프네가 자리잡고 있다. 월계수로 변하는 순간에도 아폴로의 손길을 피해보려는 다프네의 몸짓과 그런 다프네를 향한 아폴로의 안타까운 눈빛이 서글퍼 보인다. 그림 중앙 조금 위에 활을 가지고 있는 아기가 큐피트이다. 그림 아래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건장한 체구는 강의 신이자 다프네의 아버지인 페네이오스이다.

하지만, 큐피트가 여전히 아폴로의 가슴에 활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
푸생은 왜 이 곳에 큐피트를 그려 넣었을까? 또한 페네이오스가 땅에 주저앉아 비탄에 잠긴 모습은 전적으로 화가의 상상력이다. 이 사람은 또 왜 이 곳에...

우선 이 그림에서 큐피트와 페네이오스를 지워보면 이들이 그림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균형. 이들이 없으면 그림은 불안정하고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다프네의 몸은 가지로 잎으로 뿌리로 그리고 결국 올리브나무로 변하면서 위 아래로 확장되는 수직선을 만들어 낸다. 또한 월계수로 변해가는 그녀를 애타게 바라보는 아폴로의 절망적인 손짓과 주저앉은 자세에서 아폴로에서 다프네로 이어지는 수직선을 볼 수 있다. 이 수직선이 보는 이의 감정선을 건드리기는 하지만, 이 넓은 화면을 감당할 수는 없다. 화면 약간 하단 비통함에 잠겨 주저앉아 있는 페네이오스의 모습은 이 수직선과 교차하면서 안정감과 화면 전체를 통일하는 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프네와 아폴로 그리고 페네이오스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소 우측으로 기울어진 삼각형 구도와 이를 보완해 주는 정체불명의 아이들 그리고 마땅히 있어야 될 그 위치에 존재하는 듯한 지평선들이 균형과 질서가 부여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게 만든 사건의 전개를 볼 수 있다. 아폴로에게 꽃힌 큐피트의 화살 그리고 변신의 비극, 비통함, 아폴로와 아버지의 머리에 있는 월계수. 그림 중간에서 다소 위에 위치한 큐피트의 활시위에서 부터 시작된 이 비극은 다프네로 아폴로에게로 그리고 페네이오스에게로 하나의 원을 그리면서 순환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큐피트에게로. 마치 영겁회귀하듯이 비극적 사랑의 운명이 원을 그리고 있다.

신화에서는 아폴로가 월계수를 자신의 나무로 삼고 다프네가 이를 감사하는 것으로 화해와 비극의 해소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페네이오스와 아폴로의 머리위에 월계수 화관이 씌워 있건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비극의 순간은 언제나 이들에게 다시 또 다시 언제까지나 반복되고 있다.

원은 이제 운명의 고리가 되고 사슬이 되어서 마치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절망적인 슬픔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 같다.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인간적 슬픔과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무게를 가슴 뭉클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출처 :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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