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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눈물나는 조각
카뮈의 소설과 자코메티의 조각이 만나다
작품에 대한 묘사? 별로 할 게 없다. 분명히 사람의 모습인데 그 육체가 너무나 빈약하여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만 같다. 하지만 가느다란 몸체에 비해 발은 좀 크다. 그래서 그는 부서지거나 흔들릴지언정 쉽게 넘어지지는 않을 듯 보인다. 그 육체가 차지한 공간 속에서 그들은 정말 왜소하다. 하지만 그는 서 있다. 그는 걷는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감동적이다. 왜일까?
알베르토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광장〉, 1948~1949
인생은, 살아 내기 위해 애쓰는 것
언제 어느 장소에서 보든 가슴이 쿵, 울리는 작품이 있다. 내겐 자코메티의 조각이 그렇다.
작품에 대한 묘사? 별로 할 게 없다. 분명히 사람의 모습인데 그 육체가 너무나 빈약하여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만 같다. 하지만 가느다란 몸체에 비해 발은 좀 크다. 그래서 그는 부서지거나 흔들릴지언정 쉽게 넘어지지는 않을 듯 보인다. 그 육체가 차지한 공간 속에서 그들은 정말 왜소하다. 하지만 그는 서 있다. 그는 걷는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감동적이다. 왜일까?
그것은 사는 일이 녹록하지 않음을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자코메티 본인의 말을 따라 ‘눌리고 깎이고 덜어 내어져서’ 실제와는 전혀 다른 낯선 모습으로 서 있는 저 조각의 인물들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경험 있지 않은가? 어느 날 문득 멈춰 서서 하늘을 보면서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하루하루 정신없이 내달리다가 어느 순간 느껴지는 공허함과 지독한 고독감에 몸서리친 경험. 모든 게 다 낯선 느낌. 방의 책상도 주방의 식기들도, 매일 걷던 길의 형태도,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낯설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성이던 날의 느낌.
바로 그런 게 저 작은 조각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인물들은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게 아니고 서 있거나 걷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힘들어 보인다. 그게 그냥 감동적이다. 눈물이 날 만큼….
카뮈의 소설과 자코메티의 조각이 만나다
사람들은 스위스 태생의 조각가 자코메티를 ‘영혼의 기본적 실체를 담은 조각가’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의 조각을 사르트르나 실존주의 철학과 연결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떠올리는 것은 사르트르가 아니라 카뮈다. 사르트르와 카뮈가 ‘실존주의’로 연결되는 이름들이기는 하지만 사르트르의 철학서는 내게 너무 어렵고 그의 소설은 제목처럼 ‘구토’가 날 지경이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소화할 수가 없다.
하지만 카뮈는 마치 전생의 내가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동일시가 되는 인물이다. 종교가 힘을 잃고 신이 사망선고를 받은 이후 신앙의 힘이라거나 믿음에 기댈 수 없게 되어 버린 인간에게 이 세계는 어느 날 우연히 내던져진 공간일 뿐, 신이 없으므로 우리는 구원받지도 못한다. 거기에는 어떤 숙명적 기대감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내 의지도 아니고 신의 뜻도 아닌 채로 순전히 우연으로 세상에 내던져졌으니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는 화를 낼 수도 없다. 화낼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세상을 이렇게 만든 신이 없는데 어디에 대고 화를 낸단 말인가.
『이방인』의 뫼르소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도 신부와의 면회를 거절한다. 시간이 없는 그는 하느님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다. 사후 세계는 관심 밖이다. 그에게 확실한 것이라고는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것뿐이다.
“인간은 이제 자신이 우연의 산물이고, 정말로 하찮은 존재이며, 이유 없이 게임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본래 무의미한 것인데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건 자코메티가 한 말이다. 카뮈가 뫼르소의 입을 빌어 한 말인지 자코메티가 한 말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서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코메티의 조각에서 카뮈를 떠올리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카뮈의 군더더기 하나 없는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와 ‘사물의 실체’에 도달하려고 깎고 깎고 또 깎아서 깡마른 모습이 된 자코메티의 조각 또한 서로 그렇게 이어져 있다.
자코메티는 이렇게 덜어 내어진 인간 형상을 통해 ‘살아 내기’ 위해 애쓰는 인간들의 고독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에서는 겉모습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삶의 진실이 아프게 드러나는 것이다.
그림, 눈물을 닦다
조이한 저 | 추수밭
심리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미술평론가 조이한의 그림 심리 에세이. 고전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우리의 지치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작품들을 담았다. 사랑, 결혼, 관계, 슬픔, 상처, 자살, 삶의 비극성, 외모 콤플렉스, 늙음과 죽음 등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들을 그림을 통해 성찰한다. 모딜리아니의〈모자를 쓴 여인〉을 통해 우리는 결코 타인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는 관계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카라바조의〈나르시스〉와 마그리트의〈연인〉을 통해 자기애와 상상력이 사랑의 본질임을 말한다…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1901. 10. 10 스위스 보르고노보~1966. 1. 11 쿠르.
스위스의 조각가·화가.
자코메티, Yousuf Karsh가 찍은 사진(1965)
인물을 가늘고 길게 표현하여 고독한 느낌을 주는 그의 조각은 실존주의 문학과 비교되기도 한다. 주요작품으로는 〈장대 위의 남자 두상 Head of a Man on a Rod〉(1947)· 〈7명의 인물과 1개의 두상이 있는 구성(숲) Composition with Seven Figures and a Head(The Forest)〉(1950) 등이 있으며, 1963년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Waiting for Godot〉의 무대장치를 설계했다.
일찍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였으며 후기인상주의 화가인 아버지 조반니와 야수파 화가이자 그의 대부(代父)인 퀴노 아미에트에게 많은 격려를 받았다. 그는 스탐파 근처의 마을에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으며 평생 그곳을 규칙적으로 들렀다. 그의 남동생인 디에고는 가구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렸으며, 자코메티를 도와 모델이 되기도 했다. 또다른 남동생인 브루노는 건축가가 되었다.
자코메티는 1919년 시에르스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제네바로 가서 1919∼20년 겨울 동안 미술수업을 받았다. 한동안 베네치아와 파도바에 있다가(1920. 5) 피렌체와 로마에 가서(1920 가을~1921 여름) 많은 이집트 미술품들을 보고 한결같이 정형화된 형태와 경직된 정면상을 보이는 고대 원시종교미술 양식이 실체와 같은 힘을 갖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1922~25년 파리의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면서 선생인 에밀 앙투안 부르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토르소 Torso〉(1925)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양식은 알렉산더 아르키펭코와 레이몽 뒤샹 비용 등의 입체파 조각 및 앙리 로랑스와 자크 립시츠의 후기입체파 조각에 더 가까웠다. 그는 또한 〈숟가락 여인 The Spoon-Woman〉(1926)에서처럼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미술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초기의 중요한 작품으로는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두상 Observing Head〉(1927/28)처럼 납작한 모양의 조각들로서, 그는 이 작품으로 파리의 현대 미술가들 사이에서 곧 인기를 얻었다.
1925~29년 〈입체파적 구성 Cubist Composition〉(1926)·〈옥외의 세 인물 Three Figures Outdoors〉(1929)과 같은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만들면서 실재와 닮게 표현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러한 경향은 1930~32년에도 계속되었는데 이 시기의 작품들에서는 감정과 관능적인 주제들을 초현실주의적인 형태로 표현했다. 1933~34년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주제들을 은유로 나타낸 작품들인 〈보이지 않는 물체 The Invisible Object〉·〈1+1〓3〉 등을 제작했다. 이무렵 그는 자신의 진지한 미술품들이 그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만든 단순한 장식용 꽃병이나 램프만큼 실체와 무관하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1935년 초현실주의 그룹과의 관계를 단호하게 끊고 다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시작했으며 실체에 대한 현상적인 접근, 즉 어떤 인물을 바라볼 때 보이는 대로 주어진 실체를 대한다는 단순한 실험적인 시도가 이제 일생에 걸친 모험이자 미술사에 있어서의 전환점이 되었다. 1940년경 성냥개비 크기 만한 조각품을 만들었는데 이 조상과 두상은 정면으로 되어 있으며 멀리에서는 형상을 알아볼 수 없는 인물상들이었다. 1947년경에는 콩줄기처럼 가느다란 조각상을 만들어 부피도 없고 무게도 없는 실체의 모습을 뼈대 형식으로 표현했다. 1947∼50년에는 1930년대초의 작품들과 비슷한 구조의 작품인 〈키가 큰 인물들 Tall Figures〉·〈도시 광장 City Square〉·〈7명의 인물과 1개의 두상이 있는 구성(숲)〉·〈마차 Chariot〉 등을 만들어 크게 유명해졌는데, 특히 뉴욕 시의 피에르 마티스 화랑에서 열린 2차례의 전람회(1948, 1950)와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가 쓴 그의 작품론으로 미국에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그의 미술은 계속 발전하여 조각뿐만 아니라 회화를 통해 리얼리티에 도전하고 실제로 현실에 가까이 접근하는 방법을 추구했다. 자코메티에게 있어서 작품은 상상의 공간 속에 마술처럼 현실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디에고의 두상이나 그의 아내 안네트를 모델로 한 인물상들(1952~58)은 회색 캔버스나 조각 받침대 위에 유령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는 또한 작품이란 실체의 공간에서 현실감을 배가시켜야 한다고 여겼다. 말년(1958~65)에 그의 모델이자 친구였던 카롤린이나 엘리 로타르의 초상들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두상·흉상으로, 윤곽선이나 면은 쓰지 않고 힘찬 선만 사용하여 현실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무렵 그는 현상적인 접근을 그만두었다. 그는 실재가 더이상 어떤 사람의 지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새뮤얼 베케트의 소설과 희곡에 나오는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인물상들은 각각의 존재 속에 공간과 시간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세계관을 표현했다. 자코메티는 1930년대초부터 줄곧 관심을 기울여왔던 것으로, 삶 전체를 은유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심장염으로 죽었다.
자코메티는 20세기의 뛰어난 미술가였다. 전위파 미술가들이 실재와 유사한 표현을 추구하기보다는 비구상적이거나 표현주의적인 내용을 묘사하려고 할 때에 그는 자신이 모델로 한 인물이 드로잉이나 회화나 조각에서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인 것 같은 충격을 줄 만큼 실제 세계에 필적하고자 하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추구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조각 작품에 거리감을 나타내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그의 인물상들을 정면에서 보면, 처음에는 부피도 무게도 없는 듯 하지만 곧 멀리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자코메티는 명성과 부를 얻은 뒤에도 몽파르나스의 초라한 작업실에서 살기를 고집할 정도로 소박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므로, 살아 있는 동안 동시대의 사람들, 특히 전후 세대 미술가들 사이에 거의 전설적인 인물이 되었다.
Re. Hohl 글 / 브리태니커
520 × 435 - Born on October 10, 1901 in Borgonovo, Switzerland, Alberto
Alberto Giacometti, Susse Fondeur,
Alberto Giacometti walking man I.
500 × 332 - Alberto Giacometti sculpture at MOMA by eugene
Three Men Walking II Alberto Giacometti
1933 The Surrealist Table bronze 143 x 103 x 43 cm
1926 Couple bronze 59.7 x 37 x 16.8 cm © 2008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ADAGP / FAAG, Paris
1927 The Mother of the Artist bronze 32.5 x 23 x 11 cm © ProLitteris, Zürich
1930-31 The Cage wood 49 x 26.5 x 26.5 cm
http://poulwebb.blogspot.kr/2012/07/alberto-giacometti-part-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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