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Matisse, Henri : 1869~1954)
여느 화가에게나 마찬가지로 마티스에게도 특별한 모델이 있었다.
모델이란 단순히 화가의 작업에 하나의 '도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화가에게 더 할 수 없는 영감과 그 모델이 선 그림과는 떨어질 수 없는 어떤 교감을 자아내는, 그래서 반드시 그 모델이어야만 하는 그림과 모델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마티스의 말년의 뮤즈이자 모델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던 '리다아'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Portrait of a Young Woman (Delectorskaya). 1935.
Lead pencil. 25 x 32.3 cm.
Hermitage Museum, Saint Petersburg
리디아 텔렉토르스카야 (Lydia Delectorskaya, 1910~98)
리디아는 어느 순간부터 화가로서의, 남자로서의, 인생의 마지막을 걸어가는 초로의 노인으로서의 마티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분신과 같은 여인이 되었다.
마티스가 죽던 날(1954년 11월 3일), 그가 마지막으로 그린 드로잉도 그녀의 얼굴이었다...
Lydia Delectorskaya
제목 : Portrait of Lydia Delectorskaya (리디아 델렉토르스카야의 초상)
1947, Oil on Canvas
리디아는 러시아 출신의 골격과 체격이 큰 모델로 마티스를 만나기 전까지 다소 비참한 생활을 하였다.
12살에 고아가 되어 파리로 흘러들어와, 소르본 의대를 다녔지만 돈이 없어 곧 그만두고
상점 점원과 약간의 모델일, 그리고 이것저것 닥치지 않고 생활고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던 그녀가, 22때(1932) 우연히 마티스의 작업실에 아르바이트(반즈 재단의 벽화)를 하게 되었고 (당시 리디아는 마티스라는 화가를 몰랐다^^)
Lady in Blue (푸른 옷을 입은 여인)
1937, Oil on canvas
필라델피아 미술관
특별한 주목을 끌지 못했던 리디아는 사실 마티스 집의 젊은 가정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잡일을 해나가던 리디아가 마티스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그 후 2년이 지난 뒤였다.
Pink Nude (가로누운 대형 누드 또는 분홍빛 누드)
1935, 캔버스에 유채, 66*92.7cm
볼티모어 미술관
마티스의 대표작인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가로누운 대형 누드>는 '리디아'가 모델이다. 리디아(Lydia)라는 새로운 모델을 발견한 마티스는 그동안 양식적으로 점점 단순화되어
온 자신의 작업이 골격이 뚜렷한 북구의 그녀를 그릴수록 그림은 더욱 시원시원해지고 명료해졌다.
리디아는 여타 모델과는 달리 이 그림을 22단계로 단순해 나가던 마티스의 작업과정을
사진촬영과 더불어 꼼꼼이 기록해 나갔다.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단초가 되는 일이었다. 즉 한 두번 쓰다(?) 바꿀 모델이 아니라,
위대한 화가인 마티스의 영원한 동료가 되는 순간이다.-
이 처럼 인생은 의지를 가지고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개척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닌지..리디아를 보면서 지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젊은이들은 한번쯤 자신이 그 일을 어떠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림은 <댄스>처럼 상당히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리디아의 포즈를 사진으로 촬영해
22단계의 단순화 과정을 거쳐 이를 토대로 아주 사실적인 묘사에서부터 최종적인 추상화의 단계까지 여러 번 고쳐 작업을 했다.
마티스의 그림에 대한 비평가 '르네 슈보프'의 다음과 같이 이 그림을 평한다.
"단순화를 위한 줄기찬 노력 끝에 불과 몇가지 색채로 환원된 그의 그림은 그 색들이 서로 부르고 대답하며 노래를 부르는 그런 그림이다. 캔버스마다 아이의 꿈처럼 빛난다."
Le Reve (The Dream)
1935. Oil on canvas. 81 Χ 65cm.
Centre Georges Pompidou, Paris.
1930년대의 마티스에게 커다란 의미를 지닌 것은 벽화 <댄스>였다.
이 그림은 1931 년부터 33년 사이에 제작한 <댄스> 가운데의 춤추는 나부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단순한 구도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색조로 나타낸 이 작품은, 대담하고 커다란 화면으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지금 막 목욕을 마치고 나온 피부처럼, 상기된 분홍의 살빛에 가늘고 부드럽게 그어진 윤곽선, 바닥에는 바둑판무늬를 이룬 짙고 옅은 푸른색이 맑게 얼룩져, 깊은 잠에 빠진 젊은 육체를 받들고 있다.
파란 블라우스를 입은 젊은 여인 (Lydia Delectorskaya), 1939
그 후 리디아는 1935~39까지의 마티스의 화풍에 빼 놓을 수 없는 모델이 되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39년에 아내와 결별한 마티스에게 있어 리디아는 더 이상 모델일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40년부터 리디아는 모델 일에는 거의 손을 떼고, 아내와 지금으로 치면 관리이사의 역할을 같이 해야 했다.
집안을 꾸려나가야 하고 모델의 급료의 지급, 방문자의 선별, 그리고 아픈 마티스를 위해
간병인의 역할도 도맡아 했다.
나뭇잎을 배경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누드
1936
리디아는 사실 일반적인 모델과 화가의 관계, 즉 그림도 그리고 섹스도 하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그녀는 상당한 지성과 마티스의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었다.
최최 그녀에 의해 작업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일지 형식의 기록으로 남겨 훗날 미술사가들이 마티스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처음 리디아의 일지를 본 마티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썼다고 흥분해 일지를 찢어버리라고 했지만, 마티스의 예술에 대한 그녀의 경외심과 작품에 관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에 굴복하여 결국 이를 인정했다. 더불어 자신의 입장을 받아써서 첨부하도록 하여 두 사람의 '합작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Reclining Nude. 1936. Oil on canvas. 38 x 61 cm.
Private Collection
리디아는 마티스 사후 마티스의 예술을 알리는데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
마티스에 관한 책도 두 권 쓰고, 그 동안 모델과 조수 일을 하면서 기록한 자료들은 마티스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가 되고, 마티스가 자신에게 남긴 그림을 조국인 러시아에 기증하기도 한다.
마티스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일과 사랑을 같이 할 수 있는 파트너..
남자로서, 화가로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Nu rose assis[Naked pink sitted]. 1935-1936.
Oil on canvas.
Centre Georges Pompidou, Paris
The artist and His Model,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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