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이란?
농업·농촌기본법 시행령[일부개정 2004.4.24 대통령령 18377호]
제3조 (농업인의 기준) 법 제3조 제2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라 함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 1천 제곱미터 이상의 농지(농어촌정비법 제83조 1항 2호의 규정에 의한 비농업인이 동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분양 또는 임대 받은 농어촌주택에 부속된 농지를 제외한다)를 경영 또는 경작하는 자
1.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인 자
1.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자
*농가
농가의 정의
-가구주 또는 동거가구원이 가계유지를 목적으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사육하는 가구
-농업통계 조사에서의 농가 정의
1) 1천 제곱미터 이상의 경지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가구
2) 시가 총액이 50만원 이상에 상당하는 가축을 사육하는 가구
3) 최근 1년간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50만원 이상인 가구
농가의 구분
-영농규모에 따라
대농 : 영농규모가 2정보 이상인 농가(1정보 : 3천평)
중농 : 영농규모가 1-2정보인 농가
소농 : 영농규모가 0.5-1정보인 농가
영세농 : 영농규모가 0.5정보 미만인 농가
-경지의 소유여부에 따라
자작농 : 자가 소유 농지만으로 영농
자차농 : 자가 소유 + 임차
순임차농 : 자가 소유 없이 임차만을 통해 영농
-농가소득원에 따라
전업농 : 농가소득이 전부 농업소득으로 구성된 농가
겸업농 : 1종 겸업농 : 농업소득이 전체소득의 50% 이상인 농가
2종 겸업농 : 농업소득이 전체소득의 50% 미만인 농가
농업인과 농가에 대해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다. 대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이주해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겠다고 한다면, 농업인이 되는 것이다. 땅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농사를 짓고, 거기서 나오는 농산물을 팔아 수입을 얻고, 먹고 사는 걸 말하는 거지.
헌데, 이렇게 순수하고 완벽하게 ‘귀농’을 하는 사람이 많으냐면 그렇지 않다는 거다. 이와 관련해서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인 이진천의 세미나 자료를 참고하면 좋겠다. 이 자료는 파일로 함께 올렸다.
귀농을 준비하든, 반농반도시의 삶을 살든 시골에 살면서 소득을 올리는 방법에 관해 고민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시골에 정착하기를 원할 때,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했다고는 해도,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이 한 곳에 집약되어 잘 정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정보는 흔치 않다. 하물며 이제 소수자로 전락한 한국의 농촌과 농업 현실에 있어서야 무얼 더 기대하랴.
말 그대로, 농촌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농민으로 살아가고픈 사람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홈페이지를 뒤져보거나 귀농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귀농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이미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전국에서 귀농에 성공해 정착한 선배들이 있으므로 그들을 만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은, 오로지 귀농을 하지는 않지만, 시골에서 농사도 조금 짓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리, 면, 읍, 시 단위까지)에서 농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제 활동을 하거나 수입을 올려 생활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의외로 농촌 지역에는 자잘한 일거리들이 참 많다. 물론 소득이 높지는 않다. 소득이 낮은 대신 농촌 지역에서는 도시보다 지출이 적기 때문에 씀씀이로 보면, 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잠깐! 중요한 전제가 있다.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의 수준과 성향이다. 딴지스만 놓고 봐도, 다들 대학물 먹은 사람들이 많고, 지식, 사회를 바라보는 눈, 정보화 마인드 등 기본으로 생각하는 바탕이 있을 거다. 농촌으로 가는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지식 수준, 전문성, 정보화 마인드, 자기만의 특기 등을 갖추고 있는가, 없는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제부터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1.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직장에 다닌다.
전형적인 케이스다. 사실, 나도 그렇다. 농촌 지역에 내려왔지만 농사를 많이 짓는 건 아니고, 또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려서 생계에 보탬이 될 정도가 아닌, 텃밭 정도나 가꾸는 집에서 일정한 수입이 없다면 큰일이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직장에 다니면서 매달 일정한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물론 두 사람 모두 농사를 짓지 않고, 부부가 직장에 다니면서 농촌 지역에 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 근교의 농촌 지역에서 이런 유형이 많고, 많을 수밖에 없다. 직장은 대도시에 있고, 가정은 농촌에 있는 경우다. 이런 유형은 도시에서 살기 싫어서 농촌으로 이주한 경우, 자녀가 아토피 등 육체적, 정서적 장애가 있어서 이주한 경우, 장기적으로 농촌에 정착하고 싶어서 중간 지역에서 적응하기 위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2. 농촌 지역에서 자영업을 한다.
농촌으로 이주를 해서, 농사를 소규모로 짓는 한편, 자영업을 해서 주 소득을 올리는 경우다. 자영업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부동산 중개사, 건축업, 식당 등 요식업, 철물점, 자동차 정비소, 구멍가게, 학원(주로 어린이 대상), 펜션 등 숙박업 등 도시에서 자신이 했던 분야를 농촌 지역에서도 그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자영업은 투자 대비 위험률이 높지만, 무사히 정착하기만 하면, 지역에서는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안정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즉, 지역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단골들이 많이 생기고, 업주가 하기에 따라 먹고 사는 데는 문제없는, 좋은 분야다.
하지만, 자영업은 투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으므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기도 하다. 자신이 정착할 농촌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그 지역에 맞는 자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3.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밖에 없다면, 몸으로 일하는 것을 찾으면 된다. 농촌에도 날품을 팔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일을 일당 받고 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농촌에 있는 가공 공장에 다니거나 일손이 필요한 곳에서 일당을 받고 일할 수 있다.
이때, 일손이 필요한 곳은, 농촌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기도원, 사찰 등에서 청소나 잡역을 할 수도 있고, 지역의 공장 등에서 한 철 노동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이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내 경우를 들자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컴퓨터 강의를 해서 용돈을 벌고 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면, 면 단위나 읍 단위에서 컴퓨터 수리점을 낼 수도 있다.
가족이 내려가면, 가족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위에 적은 내용을 혼합해서 정착할 수 있을 거다. 읍 단위가 아니라면 마당이나 이웃에서 작은 땅이라도 빌려 텃밭에서 작은 농사를 하는 것이 좋다.
농사를 직접 하는 것은, 농민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을 뿐아니라, 야채를 자급자족하는 만족감과 가계비 지출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텃밭은 1평부터 몇 백 평을 할 수 있지만, 자급자족 정도라면 너무 넓은 땅은 힘에 겨워서 지치게 되므로 처음에는 작은 땅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4. 정기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
농촌에서 적지만 정기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자.
* 주민자치센터 강사
도시의 각 동마다 주민자치센터가 있다. 혹시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주민자치센터는 말그대로 지역 주민의 자치활동을 위해 ‘주민자치위원회’가 법적 기구로 존재하며, 그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활동의 일환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도시, 재정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주민자치센터 건물을 짓고, 아주 근사한 시설을 해놓고 저렴한 비용으로 주민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아직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딴지스들은 너희가 사는 동네를 한번 살펴봐라.
농촌의 주민자치센터는 면단위에 있다. 물론, 아직 주민자치센터가 없는 지역도 있다. 이런 지역에 사는 딴지스는 면장이나 군수에게 빨리 주민자치센터를 만들라고 지랄해도 좋겠다.
주민자치센터에는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스포츠댄스, 고전무용, 사물놀이, 요리, 서양화, 동양화, 판화, 각종 악기, 컴퓨터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읍이나 시에 있는 주민자치센터 또는 여성회관 등에는 그 종류나 규모가 훨씬 대단하다. 이런 곳에서 강사를 하게 되면,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는 만큼의 수입을 벌 수 있다.
면 단위에서는 인구가 워낙 적기 때문에 강사비를 자체 충당하지 못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보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열심히 해도 한 달 강사비가 80만원 정도 밖에 안 된다. 보통 시간당 2만5천원 정도인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음은 당연하다.
자신의 내세울 만한 특기가 있다면,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가 프로그램 개설을 요구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 개설은 수강생의 수강비로 강사비를 충당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프로그램이 아주 좋은데, 강사비가 자체 충당이 어렵다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결의해 강사비 보조를 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예술가들이 많은데, 이들 가운데 몇몇 분들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 현역 작가들이 지역주민을 가르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을 게다.
* 마을 사무장
요즘은 마을 사무장 제도가 있어서 사무장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평소 사무장 제도에 관해 공부하고, 농촌 현실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가, 마을 사무장 모집을 하는 마을에 지원을 하면 된다.
마을 사무장은 대개 그 마을에 사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 마을이나 지역에 적당한 인물이 없거나 지원자가 없을 때는 타지에서 지원하는 사람도 가능하다.
마을 사무장은 한마디로 야전사령관이다. A마을이 있다고 하자. 이 마을 이장과 개발위원들이 노력해서 ‘생태산촌마을’이나 ‘정보화마을’이나 ‘체험마을’ 등의 지원 사업을 따냈다면, 마을 사무장이 필요하게 된다.
마을 사무장은 매월 약 100만원의 월급을 받는데, 그 전부를 국가에서 지원한다. 이장의 수당이 면에서 20만원, 농협에서 13만원-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다-을 받는 것에 비한다면, 상당한 수입이다.
하지만 마을 사무장이 되려면,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마을 사무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성이 없으면 엄청난 열의라도 보여야 한다.
마을 사무장은 이장을 도와 마을의 발전, 장기적인 비전, 마을의 프로그램 개발, 운용, 재정, 실행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직접 담당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를 이끌고 나가며 화합과 친목은 기본이고 마을 주민들의 소득까지도 적당히 배분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사업을 끌고 나가야 하는 힘든 자리다.
마을 사무장은 앞으로 농촌 마을마다 한 명씩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마을의 이장들-5만 여명-의 수준은 냉정하게 말해서 60년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이장과 관련해서는 따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 정보화 마을의 강사
마을 사무장과는 별도로, ‘정보화 마을’로 지정된 곳에는 컴퓨터 강사가 들어간다. 컴퓨터 강사는 ‘정보화 마을’의 하드웨어 유지 관리, 홈페이지 관리, 인터넷 홍보, 인터넷으로 농산물 판매, 마을 홍보, 마을 주민의 컴퓨터 교육 등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된다.
‘정보화 마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낙후된 농촌 마을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주민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키고, 마을 홈페이지 개설, 인터넷 장터 개설 등을 통해 농촌 마을의 소득증대와 도농 교류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정보화 마을’을 지정하게 되었다.
‘정보화 마을’로 지정이 되면, 기본으로 약 3억원에 해당하는 컴퓨터와 하드웨어, 시설비 등이 지원되고, 컴퓨터 강사를 1명 지원해 준다. 이때 컴퓨터 강사를 잘 선출해서 마을의 정보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마을은 분명 발전하는데, 마을에서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즉, 컴퓨터 강사의 자격은 없지만, 먹고 살기가 어려운 집이 있으면 그 집에 있는 한 사람을 지정해서 컴퓨터 강사라고 군청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매월 1백만원을 받으며 먹고 살지만, 정작 마을 정보화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다.
나는 실제 이런 예를 알고 있는데, 이런 마을이 전국에 한 두 곳이 아니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잘 하는 곳도 많지만, 이장을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정보화 마을’에 대한 마인드가 없어서 그저 나눠먹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 그 마을은 한심한 꼴이 되고 만다.
* 산림청 모집 분야
산림청에서는 매년 숲해설가, 숲길지킴이, 산불방지요원, 숲길 안내인 등 여러 형태의 업무에서 인원을 모집한다. 물론 정규직은 아니지만, 한번 선출되면 다음에 다시 일하기가 조금 쉽기 때문에 길을 터놓는 것이 좋다.
일당은 4만원-6만원 정도며, 휴양림에서 일할 경우, 정규직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괜찮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국립휴양림이 있는데, 정규직원은 불과 두 세명이고, 거의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들 역시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되고 있다.
휴양림이나 산림청 사업은 육체노동이 심하거나 일이 많지 않다. 주어진 일을 요령껏 잘 하면 장기근속도 가능한 분야다.
* 면에서 모집하는 분야
농촌 지역의 면사무소에서는 1년 내내 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대상이며, 생활보호대상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많다. 하지만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산불감시원’, ‘하천감시원’ 등 일정 기간 일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특히 이런 업무는 마을의 이장이 추천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장을 잘 사귀어두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당도 3-4만원 정도이고, 거의 바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얽매이지 않아서 활동하기에도 좋은 업무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 지역에 정착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자리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스스로 나서는 것이다. 잘난 척을 하라는 뜻이 아님은 잘 알테니까 거두절미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지역을 위해 쓸 수 없을까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주민자치센터에 컴퓨터 기초과정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강사가 밥벌이가 안되니까 그만 두었는데, 내가 뒤를 이어서 강사를 자청했다. 강사를 하면 좋은 점이 많다. 지역에서 안면을 빨리 익히게 되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컴퓨터를 배우러 오는 분들이 지역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돈을 버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지만, 면에서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적극 권한다. 주민자치위원은 임기가 2년이고, 면사무소에서 모집 공고를 하면 신청서를 제출한다. 주민자치위원의 자격조건은 달리 없으니, 경쟁이 무지 치열하거나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무난히 주민자치위원이 될 수 있다.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원들이 이장, 부녀회장, 지역의 토호 세력 등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지역이든, 면 단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여러 개의 직책과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뭉쳐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수구 반동세력들이다.
젊은 사람들, 의식이 조금 깨어 있는 사람들이 농촌 지역에 내려가서 겪는 일 가운데,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부감을 많이 느낄 것이다.
나 역시 이념으로만 본다면 왼쪽으로 가 있지만, 처음부터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가능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며, 그들이 가진 장점-지역 사정에 훤하고,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고, 사업을 추진할 때 매우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이념적 성향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내가 가진 능력을 꾸준히 발휘하는 방식으로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제 면에서 내가 누구인지는 어지간한 사람들은 안다. 내가 시골에 내려온 지 7년 정도 지난 성과로 보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
내 자랑 같아서 좀 미안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섣부르게 ‘귀농’한답시고 농촌에 내려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경우를 보면서, 그래도 나는 적응도 잘 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지역에서 인정받고 정착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요인에 대해 말할 수 있겠다.
무조건 인사부터 하라.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는 물론이고,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먼저 인사를 해라. 웃는 얼굴에 침뱉지 못한다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단 인사를 하면 농촌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인사 잘 받아준다. 그리고 좋아한다.
마을 행사에 빠지지 말고 참석해라.
마을에서 일어나는 행사는 연초에 윷놀이 행사, 봄, 여름, 가을에 마을부역(마을 대청소), 복날 행사, 마을 총회 등 그리 많지 않다. 마을 행사에 참여해야만 마을 사람으로 인정한다. 그러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마을 행사에는 꼭 참석하는 것이 좋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꼭 참석하는 것이 빠른 정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부조를 해라.
부조라고 하면, 애경사와 행사 등에 내는 돈인데, 농촌에서는 부조가 일상화되어 있다. 대도시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이런 관습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거나 고민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마을 행사 때는 다만 2-3만원이라도 봉투에 넣어서 이장에게 주면 된다. 그 돈은 이장이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을 기금으로 적립된다. 후원금은 마을 총회에서 모두 공개되므로 투명하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부조를 하면 특히 기특하게 생각하고, 마을 주민의 일원으로 빨리 받아들인다.
이장을 도와라.
마을에 이사를 하기 전부터, 이장을 만나 인사하고, 협조를 구한다. 찾아갈 때, 귤박스나 소주, 음료수 박스 정도는 사 가는 것이 좋다. 뇌물이 아니라, 시골에서는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장을 찾아가는 것과 함께, 마을회관의 노인정에도 꼭 들르는 것이 좋다. 이때도 막걸리, 소주 등을 한 상자씩 사 가면 효과 만점이다. 시골 어른들은 도시 사람이 먼저 찾아와서 인사하는 걸 대견해 하신다.
시골로 이사를 한 다음에는 이장과 함께 마을 일에 대해 함께 협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자주 갖는다. 대부분의 이장들은 도시에서 내려 온 사람이 마을 일에 관심을 갖고 협조하려는 자세를 보이면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안한다. 어느 마을이든,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보면, 개선하거나 신선하게 받아들일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만큼 시골, 농촌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는 뜻이다.
마을개발위원회에 들어가라.
이장을 도와 마을 일을 열심히 하면, 이장이 권한다. 마을개발위원회는 기본으로 이장, 반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노인회장, 공조회장 등이 당연직이고, 마을 주민 가운데 몇 명이 포함된다.
개발위원회는 마을의 중요한 사항을 의논하고 결정할 수 있으며, 직권으로 사업을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기구다. 따라서 개발위원회에 들어간다는 것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사안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라.
주민자치위원은 면에서 활동하며, 매월 1회 회의를 기본으로 한다. 주민자치위원이 되면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관여하며, 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업과 단체들의 움직임, 행사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면 단위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을 알게 되면서 인맥이 넓어진다.
주민자치위원은 임기가 2년이지만, 특별한 제한 조항이 없으므로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다.
나는 주민자치위원을 하면서 소식지를 편집, 발행하는 일을 했다. 내가 처음 소식지를 발행하자고 제안했고,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면, 우리 군에서도 유일하게 정기간행물로 나오는 소식지며, 주민자치위원회와 면에서도 자부심을 갖는 사업이 되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특기를 지역에서 살리면, 지역에서 정착하는 일이 더 쉽게 이루어진다.
나와 함께 활동하는 주민자치위원 가운데 한 분은 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물론 무보수 자원봉사다. 이 분이 자원봉사로 논술을 가르치면서 어린이 문집까지 만들어 주자, 학교에서 지원금도 주고, 학부모, 지역 유지들이 기금을 내서 해마다 어린이 문집이 나오고 있다.
자기가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주위에서 돕는 사람이 나타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여기서는 통한다.
농산물 유통을 조직하라.
농촌에 사는 분들은 농사를 짓기만 하지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모른다. 농사 규모가 커서 중간상이 매입을 한다거나, 마을 단위에서 한꺼번에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실어가는 경우가 아니면,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은 자기가 팔아야 한다.
여기서는 소농, 영세농 위주로 설명하는 거지만, 농가에서 발생하는 잉여농산물을 한 곳에 끌어 모아 판매할 수 있는 사업을 해보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나도 이 사업 아이디어를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건 보통 면 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군 단위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하나의 군을 모두 커버하려면 인력이나 장비 등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므로 초기에는 어렵다.
또한 군(군청)에서 ‘지방공사’형태로 그 지역의 농산물을 한꺼번에 매입해 유통하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에, 대형 유통 시스템은 군 단위로 넘기고, 면 단위의 작지만 꼭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수단은 오프라인에서 작은 창고 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이다. 군 단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느 농촌이나 군 단위로 장이 서는데, 전문 상인들 말고도 집집마다 잉여 농산물을 조금씩 가지고 나와 파는 할머니, 어머니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분들의 수고를 외지에서 들어간 너희들이 대신 하는 거다. 이건, 농산물을 판매해서 농민의 소득을 올려주고, 소농, 영세농을 돕는 일이며, 거기서 받는 약간의 수수료와 마진으로 자신도 먹고 살 수 있는 매우 좋은 일이다.
쓰다보니까 지랄 맞게 길어져서 미안하다.
머리 속에 있는 내용을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정리가 잘 안 됐다. 읽는 너희들이 잘 이해하면서 보기 바란다.
지금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도 훨씬 안 된다. 게다가 농사를 짓는 농민은 그보다도 훨씬 적다. 더구나 그 농민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라 이대로 간다면 농민이 이 땅에서 사라질 날이 올 것이다.
‘농자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은 절대 옳은 말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율이 겨우 25%도 안된다는 사실, 잘 알거다. 지금 우리는 가능한 젊은 사람들이, 가능한 많이, 농촌으로 내려가야 한다. 귀농 정책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며, 농업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
물론, 지금 정권에서는 씨도 먹히지 않을 소리라는 거 잘 안다. 기대도 하지 않는다. 강바닥이나 파먹으려는 것들이 농촌의 소중함을 알기나 하겠냐.
그래도, 끝까지 기대하고,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건,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들이 시골에 정착하고, 우리들이 농사를 짓고, 우리들이 농산물을 사 먹고, 우리들이 우리 자식들을 건강하게 키우듯이, 우리 농촌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정권이라고 욕하지 말고, 욕할 힘이 있으면 농촌의 미래에 대해 더 고민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먹고 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 농촌 지역에서 농사가 아닌, 다른 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찾아서 도전해 보자. 처음 가는 길은 어렵지만, 누군가는 가야 하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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