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시리즈 3탄, 하룻밤의 호사 라궁 |
|
기와와 기와가 마주한 곡선, 야트막한 산과 하늘의 절경,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서정적인 풍경 덕에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왕처럼 누리는 하룻밤의 호사, 라궁 |
|
|
|
신라 천년고도의 역사를 간직한 경상북도 경주에 위치한 라궁은 전통 한옥 양식에 현대적인 기능의 호텔을 접목시킨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 호텔이다. 라궁(羅宮)은 이름 그대로 ‘신라의 궁궐’이라는 의미. 경주 보문단지 내에 위치한 테마파크 ‘신라밀레니엄파크’의 한 부분으로 작년 5월 초 문을 열었다. 도시 한옥 잘 짓기로 유명한 구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이 설계, 한옥의 건축 방식을 현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이연건축이 시공을 맡았다. 국내 고건축 전문가 100여 명의 고증과 자문을 거쳤고, 고건축 전문 목수 100여 명이 모여 지은 호텔인 만큼 단순한 한옥이 아닌 신라시대의 왕궁을 체험한다는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장소다.
 1 산 언덕 위에서 바라본 라궁 객실의 지붕. 한옥은 아파트처럼 일직선 축을 따르기보다 산을 깎지 않고 자연스럽게 산자락을 따른 배치로 지붕의 곡선과 곡선이 이어진다.
위엄과 기품이 느껴지는 호텔 입구 라궁에 도착하자마자 들어선 곳은 로비, 리셉션 데스크,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관리동. 안채의 분위기를 알 수 있고 주인의 품격까지 짐작케 하는 대문이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긴 해도, 들어서자마자 하늘로 뻗어 있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그 마음을 달래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중정에 2층 높이까지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는 보는 위치에 따라 저마다 다른 기품이 있어 가녀린 아낙 같기도 하고, 기개가 있는 선비 같기도 하다. 그 주위로 호텔 하늘을 향해 터놓은 시원스런 천장이며, 높은 서까래와 이를 받치고 있는 대들보, 거대한 한지 조명등의 요소들 또한 신라의 궁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위엄과 기품을 드러낸다. 같은 건물 2층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에 올라가면 창 너머로 보이는 라궁의 운치가 멋스러워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기와와 기와가 마주한 곡선, 야트막한 산과 하늘의 절경 등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서정적인 풍경 덕에 식사하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1 리셉션 데스크_신라시대에 입었을 법한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체크인과 이용 안내 등을 도와준다. 라궁의 문양을 새긴 전통 가구가 곳곳에 놓여 있어, 볼거리로 좋다. 2 관리동 로비_높은 서까래 천장에 한지 조명등이 기품 있게 걸려 있다. 한지 조명등은 작가 차현림의 작품. 3 호텔 입구의 중정_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 4 레스토랑_멋스러운 라궁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관리동 2층의 레스토랑.
눈 돌리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 길게 이어지는 기와 자락을 지붕 삼아 각 객실이 회랑을 따라 이어지는데 걷다 보면 반대편으로 펼쳐지는 야트막한 산과 숙재헌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걷다가 돌에 걸려 넘어질지언정 풍경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걸음을 늦추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니 비단, 기자에게만 절세 풍경이 아닌 듯하다. 마주 보는 언덕에 있는 두 채의 오래된 한옥 숙재헌(조선 후기 양식으로 만들어진 한옥)은 삼부토건이 과거 댐 공사 시 수몰될 위기에 처한 것을 옮겨 놓은 것. 라궁이 현대적인 방식으로 지은 최신 한옥이라면 숙재헌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한옥. 시대를 초월하여 공존하는 두 한옥을 비교해 보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이리라.
 1 객실이 이어진 회랑에서 관리동을 바라본 풍경. 호텔다운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한옥의 전통과 호텔의 편리함의 교합 회랑을 따라 만나는 라궁의 객실은 총 16개. 도시형 구조를 적용해 앞쪽 호수로 돌출된 누마루형과 ㄷ자형을 기본으로 하는 ‘마당형’, 그리고 ‘스위트룸’ 두 가지 유형으로 존재한다. 누마루만 반복되면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에 전체 객실을 누마루형과 마당형이 교차되면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객실은 모두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로 올라서도록 되어 있는데 내부는 대청마루, 안방, 마당, 누마루, 노천 온천이 객실별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여 자리 잡고 있다. 호텔이기에 TV와 냉장고, 에어컨과 같은 편의 시설은 기본, 소파와 침대 같은 입식 가구도 들어가 있다. 입식 가구는 좌식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자 입식 문화였던 신라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것. 무엇보다 마당에 마련된 중정의 노천 온천은 감동 그 자체. 사방이 한옥으로 둘러싸여 있고 높게 하늘이 뚫려 있어 밤하늘의 별빛 아래 호사스러운 목욕을 즐길 수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옛 임금에게 휴가가 있었다면 바로 이런 곳에서가 아니었을까.
 1 객실내부_호텔이기에 TV와 냉장고, 에어컨과 같은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왕 한옥의 정취에 취해 라궁을 선택했다면 묵는 동안만큼은 자연 속의 적막함까지 누려 보시길. 2 입식 형태의 침실_침실에는 신라시대의 입식 형태로 침대가 놓여 있다. 라궁의 마크가 새겨진 고가구와 이불보 등은 직접 라궁에서 제작한 것들. 3 누마루 창밖 풍경_누마루에 앉아 창문을 열면 나무와 물과 하늘이 만들어낸 자연의 절경이 펼쳐진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액자 속 산수화. 4 라궁의 저녁 식사_라궁에서 묵는 사람들에게는 아침과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 죽과 샐러드, 갈비탕, 전 등으로 이어지는 한정식이 저녁 메뉴이고, 아침으로는 죽이 제공된다.
Data 요금_스위트룸과 디럭스룸으로 나누어지며 2인 기준 1박에 30만~40만원대이고 사람 수에 따라 이용 요금이 달라진다. 조식과 석식 포함. 가는 길_중앙고속도로 경주 IC→서라벌대로를 타고 보문로를 지나면 호텔 경주교육문화회관을 지나고 바로 신라밀레니엄파크 등장.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라궁이 보인다. 주변 볼거리_라궁에 머물면 신라 밀레니엄파크 전체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신라시대 가옥 형태를 재현한 한옥과 테마 공연 등 역사를 테마로 한 볼거리가 풍부. 문의_054-778-2100 www.shillamillenniumpark.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