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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닭 문양

bizmoll 2013. 12. 31. 09:25

닭 鷄
태양. 빛의 전령. 시보(時報). 질서. 신성. 축귀. 출세. 용맹. 벽사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 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제주도 서사무가[천지왕본풀이]중에서

새벽에 수탉이 우는 까닭은 자신의 지배구역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아침에 닭이 우는 것이 아니라, 닭의 울음이 아침을 가져오는 것으로 인식했다.

전설에 따르면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먼저 바다 건너 동해 끝의 부상(扶桑) 꼭대기에 앉아있는 옥계(玉鷄)라는 닭이 처음 울기 시작하면, 도도산(桃都山)의 거대한 복숭아 나무에 살고 있는 금계(金鷄)가 따라 운다. 그 후 명산 대천의 석계(石鷄)들이 울고, 이어 천하의 모든 닭들이 따라 운다.
그러면 태양이 6마리의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하늘과 땅 사이의 광막한 공간을 달려, 양곡(暘谷)을 나와 함지(咸池)에서 목욕을 하고 부상 꼭대기까지 오르는 것이다.

한편 도도산에는 인간 세상을 횡행하는 귀신들을 다스리는 신도와 울루 형제가 살고 있는데, 도도산 금계가 우는 소리에 황야를 떠돌던 영혼들이 귀문(鬼門) 앞으로 모여들어 이들 형제의 검열을 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닭은 아침을 열어 세상에 광명을 가져오고, 밤의 어둠과 함께 귀신을 물리치는 서조(瑞鳥)인 것이다.

예로부터 닭의 울음은 때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더욱이 흐린 날에는 닭의 울음소리에 의지해 시각을 측정할 수 밖에 없었으며 조상의 제사도 닭의 울음소리를 기준으로 거행하였다.
이렇게 앞으로 다가올 때를 미리 알려주는 닭의 능력은 사람들에게 예지력으로 다가왔으며 자연 닭에게 신통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위에 나온 제주도 서사무가 [천지왕본풀이]에서 닭은 신통한 능력을 넘어서 천지개벽을 예고하는 막대한 임무를 띄기도 한다.
이에 의하면 천지개벽은 닭 우는 어느날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이때 울었던 천황닭, 지황닭, 인황닭은 각각 하늘, 땅, 사람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특히 신라인들은 닭과 인연이 깊기로 유명하다. 천마총에 달걀을 묻은 신라인들이 과연 달걀에서 새 생명이 부화하듯 죽은 자의 소생을 기다렸을지, 아니면 저승가는 길양식을 장만해 주었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시림(始林) 숲에서 김알지의 탄생을 알린 것이 흰 닭이었으므로 이를 기념하여 시림은 계림(鷄林)이 되었으며 이어 신라의 국호가 된 것은 기록에 남아있다
이때 닭의 울음은 밤에서 아침으로의 시간적 이행을 은유하여, 신라의 건국으로 말미암아 세계가 신화적 시간에서 역사적 시간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글_유나영<발췌:디자인진흥원>



계도(鷄圖). 장승업. [산수영모십첩병풍] 중에서. 서울대박물관 소장.
화조책거리. 조선시대.
계도(鷄圖). 조선시대
출처 : colorpl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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