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화,민화,문양

[스크랩] 박 문양 이야기

bizmoll 2013. 12. 31. 09:22


풍요. 다산. 벽사. 밝음. 다스림. 장수. 저장. 보호. 영원. 다용도. 신통력. 부활. 순례(서양). 불행.단명(일본)

“그 박을랑 켜지 맙소.”
흥부가 대답하되, “내복에 태인 것이니 켜겠읍네.” 하고 손으로 켜내니, 어여쁜 계집이 나오며 흥부에게 절을 하니, 흥부 놀라 묻는 말이,
“뉘라 하시오.”
“내가 비요.”
“비라 하니 무슨 비요.”
“양귀비요.”
“그러하면 어찌하여 왔소.”
“강남 황제가 날더러 그대의 첩이 되라 하시기에 왔으니 귀히 보소서.”
하니, 흥부는 좋아하되 흥부 아내 내색하여 하는 말이,
“애고 저 꼴을 뉘가 볼꼬. 내 언제부터 켜지 말자 하였지.”
- 판소리 [흥부전] 중에서

결혼 전 신부 집으로 함을 들일 때 대문 앞에서 엎어놓은 박을 밟아 깨뜨리는 풍습이 있다. 요즘에는 진짜 박을 깨고 들어가는 집은 드물지만 일회용 접시라도 꼭 깨고 들어간다.
이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축귀법(逐鬼法) 중 하나로 요란한 소리로 귀신이나 기타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두운 밤길을 가면서 일부러 커다란 소리를 내어 무서움을 쫓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데 소리에 어떤 주술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은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속성이다.
옛 도깨비 설화에 대들보 위에서 이빨로 호두를 깨어 그 소리로 도깨비를 쫓아내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속이 빈 박을 두드려 내는 소리는 굳이 벽사의 의미를 갖지 않더라도 농가에서 새를 쫓을 때 요긴하게 쓰였다. 이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는 ‘바가지를 긁는다’는 속담에서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대 끝에 바가지를 매어두어 질병을 쫓거나 바가지를 태워 그 가루를 환부에 바르는 민간요법 등, 박으로 만든 바가지는 무속이나 민속에 흔히 등장하는 도구이다.

주술이나 벽사의 의미와 함께 박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추수의 계절 가을에 초가 지붕 위에 주렁주렁 열린 박은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며, 감기면서 줄기차게 뻗어나가는 그 줄기는 장수의 염원을 연상시킨다.
회화에서는 주로 신선들이 이 호리병박을 찬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서 호리병은 신선이 도술을 부리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불로불사라는 장생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민담에 나오는 박은 사람의 선악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모두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위에 나오는 [흥부전]은 물론 [전우치전]에서 효자 한자경이 얻는 박도 그 주인의 성품에 따라 행,불행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귀와 자식복을 안겨주는 좋은 의미를 가졌음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박은 표피는 말려서 바가지로 쓰고, 나물과 김치의 재료로 쓰이는 등 농경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물이었다.
박 문양은 주로 떡살이나 능화판, 도자기 등에서 볼 수 있으며, 박 자체를 재료로 써서 그 위에 무늬를 새기는 박 공예는 현재에도 많이 행해지고 있다.

글_박활성 기자<발췌:디자인진흥원>


흑자표형병(黑瓷瓢形甁). 고려시대. 일본 대화문화관 소장
인장(印章). 서울대박물관 소장.
출처 : colorplaying
글쓴이 : tex1004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