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가 삼형제를 앞세우고 꽃구경을 들어간다. 선관이 온갖 꽃을 설화하되, 팔월 부용군자룡 만단축수홍연화 애명부동월향화 소식전튼 한명화, 진시왕의 기유사 붉어 있다 봉숭아 구좌천황 월중화 상문십이 계화요, 요롬솜솜 옥제갑은 근본애도 봉선화 이화만진 불은문은 장신군의 배꽃이요, 칠십계 강론하니 향만춘옹 살구꽃 공자왕손 방송화는 부귀할사 모란화, 천태산에 들어가서 양병각 잔약이면 촉국환을 못 잊어서 정일하든 두견화, 원정 부정 이별하니 옥천애고 앵두꽃 이화구화 서영화 황국백국 십월국계화나나, 사귀화 금전화 능섬화 생일화 추계라 백일홍 영산홍 애철주 진달화 난초 파초, 지초 광진향화 종예국번 수선화 입화 능금 호도 은행이면, 온갖 화초 각색 실과 온갖 화초가 만발하였는데, 파초구경 들어가면서 그 중에는 살아나는 갱선화 꽃이 피어 만발하였더라. - 서사무가 [바리데기 공주] 중에서
불로초는 장생을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 상상의 풀이다. 고래로 진시황과 같이 먹고 사는 데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병든 부모님을 모신 효자, 효녀들이 이 풀을 찾아 헤매는 인간 유형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로초 발견자로는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서사무가의 여주인공, 바리데기 공주를 들 수 있다. 딸을 일곱이나 낳은 분풀이로 어려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리데기 공주는 뒤늦게 병든 부모가 바리공주에게 염치없이 약물을 구해올 것을 부탁하자 서슴없이 먼 길을 떠난다. 바리공주가 천신만고(48p.4-1-2) 끝에 얻는 물건은 주로 약물이지만 전승 지역에 따라 사람 살리는 꽃을 얻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 위에 있는 글은 통영 박복개본에 나오는 대목으로 꽃밭에 피어있는 꽃들에 대한 묘사가 가장 치밀하다.
그 다음으로 널리 알려진 불로초 발견자로는 [안락국태자전]에 나오는 원앙부인의 아들 안락국이다. 종교와 신화가 어우러진 이 설화에서 안락국은 범마국 임정사 꽃밭에 물주러간 아버지를 찾아 다섯 가지의 꽃을 얻어 처참하게 죽은 어머니를 되살려낸다.
이 밖에도 불로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불로초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보지 않고 장생과 불사를 가져다주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산삼이나 인삼에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물(神物)을 얻으려면 효성이 지극하거나 고난의 과정을 극복해야 한다.효성이 그리 깊지 않거나 별다른 고난을 겪을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주로 장수를 나타내는 십장생 그림이나 문양으로 대신해야 했다. 십장생이란 민간신앙 및 도교에서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열 가지 사물을 가리키는데 해, 달, 산, 내(川),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가 여기에 해당한다.
옛사람들은 이들 십장생을 그림으로 그려 곧잘 문 위나 방 벽 등에 붙여 놓았는데 이를 세화(歲畵)라고 한다. 새해를 송축하고 재액을 막기 위한 그림이란 뜻이다. 세화를 포함한 회화작품을 제외하고도 불로초를 포함한 십장생은 우리나라 도자기, 나전칠기, 자수, 병풍, 목공예품 등에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장생을 염원하는 길상 표현이 우리의 생활 속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