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고향가던 길 - 작은 불재를 그리며
오늘은 아들이 다섯 번째 외출을 나오는 날입니다.
아들에게 있어서 집과 고향은 어떤 느낌일까요.
정겨움 가득한 포근함이 묻어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저 역시 집에 가는 날이구요.
그래서 오늘의 그림이야기는 고향가는 길로 잡았습니다.
아내의 그림은 주로 들꽃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 년에 한 폭 정도는 풍경화를 그립니다.
아내의 그림에 길이 담기면 보기가 좋습니다.
포근하고 아늑하며 정겨운 느낌이 묻어나기 때문이지요.
어쩌다 고샅이라도 그림에 들어찰 낫이면
어린 시절 어둑어둑할 무렵까지 뛰어놀던 시간이 그리워집니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고향은 남다른 감회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 다른 민족에 비해서 일찌감치 터잡이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인지 모르지요.
고향 길 파노라마는 사람마다 다른 스펙트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황금 들녘을 가로지르는 넉넉함이 묻어나는 길도 있겠고,
갯내음 물씬 풍기며 긴 여운을 남기는 바닷길도 있으며,
안개 자욱한 호수를 끼고 도는 길이 있는가 하면,
산 넘어 불어오는 바람에 엉켜버린 오솔길도 있겠지요.
나에게 있어서도 고개 넘어 찾아가던 고향 길 추억은
쉰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뭉클할 만큼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고향 가던 길”
막 넘은 고갯마루를 지나서
어른 몸통만한 나무 그늘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스멀스멀 따라온 땀방울을 식힐 낮이면
멀찌감치 서낭당 신목(神木)에 묶인 천조가리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이제는 베어져 없어진 장승이며 솟대들이 위엄을 떨치던 곳은
한 줌 모래성 만 한데
잡힐 듯 떠도는 그리움인 양
산 아래 고향 마을은 밥짓는 연기가 굴뚝마다 피어나고
동생 녀석 재잘거림 같은 소란스런움이 모정에 가득하다.
마을 앞 동구나무는 내가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던 듯 눈망울 가득하게 고갯마루를 바라보는데
동네 강아지들은
춤추듯 동구 밖을 딩굴어댄다.
하늘 길 가신 어머니의 무덤이 있는 내 고향
눈 감으면 떠오르는 고향 가던 길
불재 마루 너럭바위가 오늘 밤엔 아련하다.
* 불재는 고향 가는 길의 고개로 큰 불재, 작은 불재로 나뉩니다. 예전에 걸어 다닐 적에는 주로 작은 불재를 넘어 다녔습니다. 지금은 새 길이 나서 다른 길로 다니지만 가끔씩 차를 타고 큰 불재를 넘기도 합니다.
* 고샅은 골목길의 옛스런 말입니다. 같은 말로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올레라는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 장승은 통일신라시대의 장생표(長生標)부터 유래하여 조선시대에는 노표(路標)인 후(堠)로 변천되어 오다가 조선 후기부터 사찰이나 마을을 중심으로 입구에 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장승은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면서 또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 솟대는 신성한 마을이다는 표식으로써 온 세상을 상징하는 나뭇가지에 새를 등장시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고향가는 길 3 (2007 10P)
고향가는 길 2 (2007 10P)
고향가는 길 (2004 20P)
청웅가는 길 (2004 20P)